2010년 3월 27일 토요일

김연아

 밴쿠버 올림픽 피켜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던 날, 나도 하던 일은 그만두고 옆 공장의 휴게실에서 TV로 생중계를 지켜보았다. 시간이 멈춰선 것만 같았던 그 시간이 끝나고, 끝내 눈물을 흘리는 김연아를 보고 나도 울컥했다. 옆에 같이 보던 사람이 없었더라면 나도 그냥 눈물을 흘려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아, 쟨 대체 우리가 해 준게 뭐가 있다고, 저렇게 잘 해 버리냐."

 우리 멋대로 피겨 여왕 등극을 기대하네, 한국 최초로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노리네 하며 저 어린애에게 바윗돌같은 부담을 얹어주지 않았던가.

 방금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이 끝난 모양이다. 딴 거 하느라 경기는 안 보고 네이버 스포츠 들어가서 결과만 확인했다. 이번 연기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당장 넘어지는 화면이 "2010 피겨 세계선수권"메인페이지에 떠 있으니.

 헤드라인을 보니 토가 나올 것 같다. "최악의 결과, 김연아, 무엇이 문제였나", "'거쉰의 마지막 인사'로 명예 회복 나선다", "역전드라마? 집중력·승부근성 회복이 관건"... 관심 가져주는 건 좋지만 기사 제목들이 전부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고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인생 최대의 목표를 이룬 뒤에 바로 또 다른 것을 노리는 것은 다 큰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인데, 이제 김연아 좀 내버려 둬라. 우리는 밴쿠버의 드라마를 본 것 만으로도 충분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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