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일 일요일

은하철도 999


 113편이나 되는 <은하철도 999>의 정주행을 마쳤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이라는 주제곡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는 이 애니를, 얼마 전 EBS 방송을 본 것을 계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됐다.

 이 작품이 제작된 것이 1978년이니, 3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작화가 낡아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사실 그것마저도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어디 하나 빼놓을 데 없는 수작이다. 은하철도의 각 정차역마다 엿보이는 상상력, 각 회마다 던져지는 의미심장한 메세지들...
 <은하철도 999>를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만화라고만 볼 수 없는데,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단면을 만화경처럼 펼쳐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음이 너무 상냥한 사람들이 약육강식의 자연 상태를 견디지 못해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철갑을 씌워 버리자 생태계의 순환고리가 끊겨 행성이 전멸해 버렸다든지,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자기 행성의 흙을 전부 파내 팔아버리는 바람에 원래의 자연 환경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행성 등 인간들의 욕망이 투영되어 만들어낸 세상이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 보여준다.
 또한 주인공 철이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으나, 돈이 없어 표를 구입하지 못해 철이의 열차표를 노리는 인물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사랑에 슬퍼하는 사람들,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 좌절하는 사람들,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해적 등 온갖 종류의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그 긴 여행의 끝에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버리고, 유한한 생명을 가지는 보통 인간으로 남기를 선택한다. 감정 없는 영원한 삶보다는 희로애락을 가진, 짧은 인간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철이는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도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의 여행과 다르지 않다. 때로는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고, 세상의 질서에 눈을 뜨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나처럼 시간이 남아도는 인간이라면... 철이와 함께 유년기의 성장을 되짚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간 때우기가 될 것이다.

1 개의 댓글:

  1. 허...

    이건 전에 티비에서 많이 해줘서..

    그떄 봤는데..ㅋㅋ

    정말로 괜찮은 작품이죠.

    개념도 있고 왠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법해서 더욱 재미 있게 봤었어요

    정주행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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