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2일 일요일

에덴의 용

에덴의 용에덴의 용 - 8점
칼 세이건 지음, 임지원 옮김/사이언스북스

 

 도서관 서가에서 꽂혀 있던 이 책을 우연히 뽑아들었다. 최근 읽은 책이 전부 소설이어서, 과학과 관련된 책으로 소설에 물린(?) 머리를 풀어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그 책의 저자가 칼 세이건이니 더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으랴.

 

 '에덴의 용'의 첫부분인 1장의 제목은 "우주력"이다. 빅 뱅 이론에 따른 우주의 기원으로부터 오늘날까지의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했을 때, 최초의 인간이 나타난 시기가 12월 31일 오후 10시 30분경이고, 그 이후 1시간 30분동안이 우주의 1년 중 인간의 역사가 차지하는 부분이다.

 칼 세이건은 이 짧은 인류의 진화 기간 동안, 인류가 다른 생물로부터 어떻게 진화했으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인 '지적 능력'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4장 "메타포로서의 에덴"이다. 이 장에서는 에덴 동산의 신화 속에서 인류의 발달 과정을 찾아낸다. 앞 장에서 논의한 것처럼 인간의 지적 능력, 특히 선악의 구별과 같은 추상적 사고 능력은 주로 신피질의 발달에서 기원하는데, 이 발달 과정 속에서 뇌의 용적이 커지게 되었고, 자연히 두개골의 부피도 커지게 되었다.

 태아의 두개골의 부피가 커짐에 따라 여성의 골반은 태아를 출산하기에 알맞은 형태로 변형되었으며, 또한 인간은 많은 동물 중 유일하게 출산 과정에서 심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

 이는 성경 속에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게 됨과 동시에 하나님이 여성에게 출산의 고통을 부여했다는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 외에 5장에서는 침팬지, 돌고래 등과 같이 지적 수준이 뛰어난 동물들이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갖출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례를 들어 보이며 '지적 생명체'의 경계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하고, 6장에서는 인간이 꿈 속에서 겪는 것들이 진화 이전 파충류 시절의 의식과 비슷하고, 또 그때의 습성이 무의식 중에 돌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과감한 주장도 한다.

 

 책의 말미인 8장에 이르러서는 인간 지능의 진화 방향을 가늠해 본다. 뇌의 특정 부분을 억제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신경화학 물질의 개발, 인지적 또는 지적인 인공장치의 뇌 삽입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본 뒤, 지적인 인간과 지적인 기계 사이의 협력이 인간 지능의 역사에서 다음에 다가올 주요 구조적 발달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9장은 칼 세이건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그의 평생의 주제인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사를 화두로 꺼내며, 외계 문명과의 접촉이 사춘기에 접어든 인류 문명의 자기 파괴 위험을 피해갈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 지식 그 자체를 위해 지식을 얻고자 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사이비 과학을 경계한다. 마지막으로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과학=지식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인용구를 언급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비록 1970년대에 쓰여진 책이긴 하나, 칼 세이건의 통찰력과 상상력, 어려운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놓는 글 솜씨는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랜만에 접한 과학 서적으로서, 즐거운 지적 여행을 한 기분이다.

http://nobita.textcube.com2009-03-21T23:06:06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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