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3일 금요일

차(車)를 샀다는 것의 의미

 나의 활동 범위, 운반 능력 확장되었다. 이제 나는 수 km 밖에 떨어진 도서관과 영화관을 마음만 먹으면 몇 분 안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집에 갈 때에도 옷가지와 책 중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놓아두고 가야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차에 다 싣고 가면 되니까.

 

 이 세상 안에 움직이는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였다. 예전 특기교육을 받을 때, 진혁이 형이 술을 마시고서는 혼자 자기 차 시동을 켜 놓고 앉아서 음악을 듣던 모습이 기억난다. 나는 그 때 형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이해한다. 형은 갑갑한 숙소에서 벗어나, 위에 올라타 문만 잠그면 다른 사람이 합법적으로 침범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안에서 듣는 음악은 얼마나 달콤한 맛이었을까!

 어제 산 카팩을 차에 꽂고, 내 iPod을 연결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도로를 달릴 때, 나도 그때의 진혁이 형과 조금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나만의 시간표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기다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버스 시간표와 지하철 시간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을 계산하여, 적당한 시간에 키를 꽂고 엑셀러레이터를 밟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 소유자, 운전자'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더 이상 나는 도로 위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보행자가 아니다. 내게는 보행자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예전엔 마티즈 I, 마티즈 II, 뉴 마티즈를 구분하지 못하였다. 연비가 어떻고, 계기판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자동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신차의 스펙, 개발 중인 컨셉트카의 디자인에 호기심이 일고 있다.

 

 내 생활을 영위하는 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었고, 더 많은 석유를 사용하게 되었다. 지구는 좀 더 빨리 더워질 것이고, 석유는 조금 더 빨리 고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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