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처사를 하면 항상 아라에 성토글이 올라오고, 일부 학생들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에 실제로 참여하는 학생의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시 아라에 글이 올라온다. KAIST 학생들은 어쩔 수 없다, 애교심도 없고 학교 일에도 무관심하며 자기 살 길만 찾으려 든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KAIST 학생의 성격 문제라기보다는 게임의 틀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표로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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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른 학생 |
참가한다 |
관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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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한다 |
(A-B,A-B) |
(A,A-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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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한다 |
(A-B,A) |
(-C,-C) |
괄호 안에서 왼쪽은 '나'의 수익(Payoff), 오른쪽은 '다른 학생'의 수익이다. A는 학생이 실력행사를 하여 학교측이 학생의 요구를 받았을 때 얻는 수익. B는 학생이 행동에 참가함으로써 얻는다고 '생각하는' 불이익. C는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않아 학교측의 의지가 그대로 관철되었을 경우 얻는 불이익이다.
다른 학생이 참가할 경우, '나'가 얻는 수익은 A-B < A 이므로, 관망하는 편이 유리. 문제는 다른 학생이 관망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 A-B와 -C의 비교가 된다.
지난번 익살님의 리플에 답글을 달았듯, KAIST 학생은 잃을게 너무 많은 사람이다. 대부분 과학고를 거쳐 KAIST 로 왔고, 그 과정 속에서 학교의 좋은 성적이 좋은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B의 값이 타 대학 학생에 대해 크다. 하물며 학교측이 주로 개혁안을 발표하는, 시험기간에는 더 무슨 말을 하랴.
그 뿐만 아니라, A의 값 역시 학교측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수익이 현실화되므로, 기대값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또 학교측의 개혁안은 대부분 성적이 좋은 사람, 연차 안에 졸업할 수 있는 사람은 불이익에서 제외하는 조건을 달고 있고, 대부분의 학생은 학창시절 공부를 잘 해왔던 사람이므로 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자신만은 손해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C의 값은 작아진다.
결론적으로, A-B < -C 로 다른 학생이 관망할 경우 역시 나도 관망하는 게 나은 전략이다.
그러므로, 이 게임의 내쉬 평형점은 슬프게도 모두 관망자가 되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던 '기숙사 통금' 사건의 경우에는, 모든 학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었으므로 꽤 많은 학생들에게 C의 값이 컸다. 그러나, 사실 그때에도 비율로 따져볼 때 훨씬 많은 수의 학생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이 틀이 바뀔까. 학교-혹은 서남표 총장-의 개혁안이 계속 힘을 얻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강도의 개혁안이 나오거나(A,C의 값이 커진다), 학생 행동에 적극 참여하는 학생 중 한 명이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 공개해 버리거나(B의 값이 작아진다).
하지만, 시험기간이 되자마자 순식간에 아라가 잠잠해진 걸 보면 아직 이 게임판을 뒤엎어버리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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